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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new의 잡설
입사 이후 써보는 회고(삼성리서치 후기?) 본문
0. 글 쓰는 이유
거의 2년의 기간 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략 10년을 달려오면서 항상 느껴왔던 불확실성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착각했던 탓이었는지, 더 이상 뭔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잠시 만족을 했었던 것 같기도..
그런 연유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도 하지 않게 되었다. 가령 내가 복수전공을 해오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적으면서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왔는지를 취준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물론 회사 일이 바쁘긴 했지만서도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해버렸던 것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간만에 생각을 정리할 겸 적어볼까 한다.
1. 취업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그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떻게 입사했냐는 말이었다.
내 답변은 조금 뻔하지만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자소서와 면접의 key phrase는 '저 공부 진짜 열심히 해요.'였다.
당시에 난 꽤 절박했고 이 절박함이 원동력이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나는 4학년에 들어올 때 누군가에게 내세울 만한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었다. 서비스 런칭이라든지, 멋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든지,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을 했다든지 같은 멋들어진 일종의 "자소서 꺼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프로젝트를 하기에는 나는 복수전공생이고 컴공생들보다 지식이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공부를 정말 정말 열심히 했다.
알고리즘 스터디, 운영체제 스터디 이런 것은 기본이었고, 교내 컴퓨터 동아리에서 보안 스터디에 잠시 참여해서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많진 않지만 보안에 대한 공부 내용을 정리한 글들이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학교 과목에서 과제로 주어지는 프로젝트에서 어떻게든 내가 가진 지식을 욱여넣으려 했다.
진짜 하찮은 예시로, 우리 학교에 시스템 프로그래밍 수업중에 가상 어셈블러를 만드는 프로젝트 과제가 있었다. 그때 명령어 테이블 search를 단순히 이진 트리가 아니라 개선된 이진 트리를 쓴다든가, 혹은 라빈-카프 문자열 매칭 알고리즘 같은 것들을 활용해 해시 값을 쓴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외에 연구실 인턴하면서 강화학습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방학때 학교에서 진행했던 일주일간 자율주행 RC카 만들기 프로젝트등 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다.
그 결과 정확한 이수학점은 기억이 안 나는데 컴퓨터공학 전공과목 아마 51학점(17과목)중 A0 5과목, A+ 12과목이었다. A- 이하의 성적은 없었다.
나에게 가장 큰 무기는 이 전공학점뿐이었다. 보안스터디니 자율주행RC카 만들기니 이런 것들은 아주 짧은 지식을 늘리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 점을 이용했다.
2. 신입 채용에서 프로젝트가 필수는 아니다
개발자 취업에서 학점이 쓸모가 없다고들 많이 얘기한다. 실제로 내가 4학년이 됐을 때 주변에서는 학점 쓸모 없고 프로젝트나 열심히 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도 나를 그렇게 믿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공부뿐이었으니 선택했던 것이었다. 난 멀티태스킹이 안 돼서 학교 공부와 결이 다른 웹서비스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소서를 쓸 때나, 면접을 볼 때는 나를 완전히 믿었다. 나는 나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별 볼일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면 굉장히 특이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처럼 복수전공에 학교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이 몇 %나 있겠나. 비율로 따져보면 많지 않을 것이다.
학점이 꽤 좋으니 자소서나 면접이나 내가 하는 말들을 면접관들은 잘 믿어주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절박했던 취준생은 후기 글을 하나 하나 찾아보면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프로젝트가 없다고 걱정하는 취준생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학점이 좋다고 붙지 않는다. 다만 학점이 좋다는 것은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갈 때 그만큼 치열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보장해준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분들을 제공해준다. 그런 것들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고 나의 경우는 면접관들이 그것들을 좋게 봐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신입 채용이라면 본인이 한 공부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고 그 나름대로의 깊이 있는 수준까지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개발자 채용시장에 웹서비스 프로젝트 관련한 경쟁자들이 워낙 많으니 선택한 대안이었지만,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나같이 범생이 캐릭터가 이목을 끌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취준생 시절 5개 회사에 지원했다. 카카오는 2차 코딩테스트에서 탈락했고 LG전자,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네이버를 최종합격했다.
일반 공채와 전형이 좀 다른 회사도 있지만 이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전형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알림은 언제나 뜨니 질문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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